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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4호]REVIEW_스페셜이벤트팀_진지한 마음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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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스페셜이벤트팀_진지한 마음을 엿보았다


사상 초유의 제15회 퀴어문화축제!

지난 6월 7일 퍼레이드 날 신촌 연세로. 새벽부터 모인 일부 극성 개신교인들은 퍼레이드와 행사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축제 현장 곳곳에서 난리를 피웠습니다.


퍼레이드가 시작될 즈음부터는 극우파 가치관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가스통을 들고 나서는 것으로 잘 알려진 ‘어버이연합’이 극성 개신교인들과 힘을 합쳤습니다. 그들은 퍼레이드 길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했습니다. 길바닥에 누워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사랑’이라는 거룩한 단어를 오·남용하면서 자유 시민들에게 오지랖을 부렸습니다.


축제 전에는 발신자도 불분명한 집단적 게시판 테러를 명목으로 퀴어문화축제를 취소하려 든 서대문구청이 가장 황당했는데, 퍼레이드 당일 우르르 등장한 꼴통개신교 군단이야말로 상상초월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생명 넘치게 행사에 참여하고 부스를 구경하며 준비된 공연과 축제를 즐기는 우리 동지들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동지들 중에는 별별 퀴어뿐만 아니라 스트레잇도 있었습니다. 별별 퀴어들은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퀴어문화축제의 참 의미를 실천하고 있었고, 스트레잇 친구들은 함께 즐김으로써 그들을 지지하겠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행위로 승화시켰습니다.


그 날 기획단의 스페셜이벤트팀은 무대 건너편의 공간에서 Rainbow Stories팀의 <성소수자 지지메시지 프로젝트>, 퀴어·스트레잇·커플·싱글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퀴어연애운세>를 진행, 해외 퍼레이드 사진 및 성소수자 가족사진을 전시했습니다.



‘맘에 드는 색깔의 막대기를 뽑으면 거기에 숫자가 적혀 있고 그 숫자가 적힌 황금 서랍을 열면 당신의 연애 운세가 들어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진행하였던 연애운세 이벤트에는 놀라우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임해주었습니다. 소수자인 것은 둘째 치고 아직은 당당히 대시하기가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예를 들어, 게이가 모르고 스트레잇에게 고백을 했을 때 “아 미안해요, 나는 게이가 아닙니다. 행쇼!”라는 대답을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이기 때문에 퀴어에게 연애란 정말로 진지한 대상입니다.


연애에 대한 진지한 염원이 게이에게서도 레즈비언에게서도 무성애자에게서도 트랜스젠더에게서도 느껴졌으니, All we need is love...!


성소수자 지지메시지 프로젝트는, 퀴어문화축제에 방문한 분들이 작성해주는 고유의 메시지를 받아서 그것들을 조형물에 매달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글씨체와 색깔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알록달록 다채롭고 읽을수록 힘이 나는 지지메시지들. 퀴어-스트레잇에 상관없음은 물론 국경을 초월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언어로 성소수자에 대한 사랑을 표명해주셨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하여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Love conquers hate가 아닐는지.



퀴어연애운세를 보는 공간 양측에 걸린 해외 퍼레이드 사진과 성소수자 가족사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가는 참여자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의 핸드폰이나 들고 나온 DSLR로 담아가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 사진들을 통하여 우리의 존재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메시지가 조금이라도 더 널리 퍼져나갔기를 빌어봅니다.


전국민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절대 다수이면서도 소수자가 받을만한 억압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 대중에게 성소수자들의 힘찬 움직임이 용기를 심어줄 수는 없을까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퍼레이드 날 스페셜이벤트팀이 본 이쪽 동지들은 진지하고 용감했습니다. 


P.S. 난리 피우신 분들께. 사랑의 시작은 이해와 배려로부터. 


글 · 사진│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