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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촬영자 “오늘의 나”의 오늘님 인터뷰

2020-06-15

"오늘의 나"의 오늘님은 2018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굿즈 촬영을 맡고 계십니다. 오늘의 나는 어떤 공간이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굿즈는 어떻게 촬영되고 있을까요? 인터뷰를 통하여 알아봅니다.


"오늘의 나" 사진(제공: 오늘의 나)



□ 안녕하세요, 오늘님! "오늘의 나"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망원동에서 모두를 위한 "오늘의 나", "오늘의 우리", "오늘의 일터"를 운영 중인 오늘입니다. 

소개한 세 곳은 모두 동일한 공간에 있으며 각각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오늘의 나"는 사진 촬영 업무를, "오늘의 우리"는 공간 대여 업무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터"는 1인 창작자를 위한 작업실 공간 셰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블로그(http://www.oneultoday.com/)에서 "모두를 위한 사진관"이라는 소개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사진관은 어떤 사진관인가요? 혹은, 어떤 사진관이어야 할까요?


■ SNS 소개란, 그리고 명함, 리플릿 같은 프린트물의 소개 첫 부분에 항상 "모두를 위한"이라는 문구를 넣어 '오늘의 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번 "모두를 위한"이란 문구로 소개하는 이유는 오늘의 나, 오늘의 우리, 오늘의 일터 모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공간이고 그 뜻이 보는 이에게 전달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스튜디오인 '오늘의 나'는 내가 나일 수 있는, 내가 나답게 행동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나에서는 주로 어떤 사진을 촬영하시나요? 촬영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무엇인가요?


■ 주로 촬영하는 것보다는 반대로 촬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드리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나'에 촬영 의뢰된 것들 중 거절하고 있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촬영입니다. 해당 촬영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촬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을 성인처럼 진행하는 촬영, 혐오표현이 가득한 내용의 상품 촬영 등에 대해서는 촬영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제외한 촬영에 대해서는 의뢰하신 분의 의견에 최대한 충실하게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나" 사진(제공: 오늘의 나)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2016년과 2017년 퀴어문화축제(현 서울퀴어문화축제) 홍보대사 촬영을 진행했는데, 당시 만났던 분들 중 저스틴님이 축제가 가까워지는 여름이 되면 기억나곤 합니다. 촬영 때 처음 뵈었는데, 그전부터 해왔던 많은 캠페인으로 선한 영향력이 있는 분이셔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촬영하였고 참 뿌듯하고 기분 좋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보를 듣게 되어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축제가 가까워지는 여름이 되면 촬영 당시 환하게 웃으시던 저스틴님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 그리고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방문하셨던 손님들 중 자신을 MTF라고 먼저 소개해 주신 손님이 떠오릅니다. 교사 임용고시 응시를 위한 증명사진 촬영으로 방문하셨는데, 그전에 다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증명사진의 경우 스튜디오의 시선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맞춰 촬영하게 되었고, 그게 계속 아쉬움으로 남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오늘의 나’를 방문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시면서 편안한 환경 속에서 내가 나일 수 있도록 촬영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신 게 잊히질 않습니다.


"오늘의 나" 사진(제공: 오늘의 나)



□ 오늘의 나에서는 재작년(2018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촬영을 진행해오셨는데요, 굿즈 촬영을 진행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무엇인가요?


■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굿즈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지점은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많은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굿즈가 가지고 있는 기능과 역할 그리고 심미성입니다.

예를 들어 근래 촬영한 무지개 폰스트랩의 경우, 무지개색과 무지개 폰스트랩을 장착했을 시 그 공간이 무지갯빛으로 변화되는 것을 연출하고자 하였는데, 뜻한 바가 잘 표현되었는지는 앞으로 판매가 얼마나 되는지에 달렸겠죠? ㅎㅎㅎㅎㅎ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무지개 폰스트랩" 사진(촬영: 오늘의 나)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무지개 폰스트랩" 사진(촬영: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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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2019년)과 올해(2020년) 프라이드 뱅글의 사진이 굉장히 잘 나왔고, 덕분에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후원금 모금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과 올해, 프라이드 뱅글의 사진을 촬영하시면서 어떤 점에 각각 집중하셨나요?특히, 올해 프라이드 뱅글의 사진의 경우, 굿즈가 중심이라는 느낌보다는, 굿즈가 배경에 잘 녹아든 사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프라이드 뱅글이 어느 순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대표하는 굿즈가 되었기에, 의미를 어떻게 담아 사진으로 보여야 할지 고민이 점점 많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2019년 촬영 시에는 프라이드 뱅글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회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시각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연출을 지향하였고, 다행히도 많은 분들께서 촬영된 프라이드 뱅글 사진에 대해 언급해 주셨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2019년 프라이드 뱅글 촬영이 시각적인 임팩트 전달에 집중하였다면, 2020년 촬영의 경우에는 프라이드 뱅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전달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올해 프라이드 뱅글이 인터섹스 당사자 운동의 플래그인 보라색 원형에 노란색 배경이라는 점을 전달받고 해당 내용이 사진으로 잘 전달되게끔 연출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2019 프라이드 뱅글" 사진(촬영: 오늘의 나)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2020 프라이드 뱅글" 사진(촬영: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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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프라이드 뱅글 사진 촬영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 2020 프라이드 뱅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인 인터섹스 가시화와 함께, 더 넓게는 성별이분법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기 위해 사진의 중심을 비롯한 여러 곳에 2020 프라이드 뱅글을 배치한 뒤 무지개색이 담긴 유리 샬레를 곳곳에 배치하여 하나의 프레임 안에 보이도록 촬영했습니다. 무지개색 안에는 모든 존재를 포용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프라이드 뱅글이 출시되고 퀴어와 앨라이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시점이 더워지는 여름인 만큼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촬영 및 수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2020 프라이드 뱅글" 사진(촬영: 오늘의 나)


서울퀴어문화축제 굿즈 "2020 프라이드 뱅글" 사진(촬영: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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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축제로서 가져야 할 이미지(느낌)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혹은, 현재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미지가 있나요?  


■ 그 어느 때보다 혐오 표현이 만연하고 있는 시대에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 그리고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이겨내고 함께 축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모습으로 생각됩니다.


■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말할 것 없이, 퍼레이드 행렬이죠. 그와 별개로 매년 놀라운 광경은 점점 더워지는 무더운 날씨에 퀴어와 앨라이들도 힘들어하는데 한 해도 쉬지 않고 참석하는 혐오세력들의 모습이... 말을 잃게 만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혐오발언 하시던 분들이 시청역 지하철 대합실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사라지는 모습이 흥미...? 아무튼 생경한 모습이었습니다. 



□ 서울퀴어문화축제 혹은 참여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함께해주세요. 당신이 있어 나도 나일 수 있고 당신도 당신일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오늘의 나" 사진(제공: 오늘의 나)



□ 오늘의 나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자분들께 오늘의 나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 이메일(oneultoday@gmail.com),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oneultoday를 검색하여 DM으로 소통 가능합니다. 


"오늘의 나" 사진(제공: 오늘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