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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16호_Culture] 극장에서 광장으로! - 영화 <꿈의 제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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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광장으로! - 영화 <꿈의 제인> 후기




[거짓 역사의 기록 : 영화 ‘꿈의 제인’에 관하여]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 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지난 5월 29일, 영화 ‘꿈의 제인’이 영화관에 개봉했습니다. 조현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민지 배우, 구교환 배우, 이주영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신선한 연출, 독특한 캐릭터, 밀도 높은 내용 구성으로 일찌감치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꿈의 제인’은 가출청소년 소현(이민지 분)과 지수(이주영 분), 그리고 트랜스젠더 여성 제인(구교환 분)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가출 이후, ‘사람들과 같이 있기 위해’ 가출팸에 들어간 소현, 동생과 같이 있기 위해 돈을 벌 목적으로 가출팸에 들어간 지수, 그리고 이태원의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제인. ‘꿈의 제인’은 이 세 사람과 그들 주변인들을 감싸고 있는 ‘거짓’, ‘소외’, ‘불행’이라는 현실을 통해 ‘진실’, ‘더불어 사는 삶’, ‘행복’이라는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영화 줄거리



‘꿈의 제인’에서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같은 팸에 있던 소현과 지수가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알아보지 못 하고, 공간과 소품이 비현실적으로 겹치는 데에서 시공간에 대한 혼란은 극대화합니다.

영화는 크게 3부로 나뉘는데, 여러 가지 장면을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영화의 시간은 역순으로 흐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영화의 시간은 3부, 2부, 1부 순으로 흐릅니다. 3부에서는 소현과 제인의 첫만남이 이루어지고, 2부에서는 ‘병욱팸’에 들어간 소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1부는 소현의 꿈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소현은 나레이션을 통해 누군가에게 ‘편지’를 씁니다.


 

1부: 뉴월드


가출 이후 정호(이학주 분)와 함께 모텔에 살던 소현은 어느 날 정호가 일하는 클럽 ‘뉴월드’에 따라가게 됩니다. 먼저 가있으라는 정호의 말에 홀로 밖으로 나온 소현을 누군가 불러 세웁니다.

“얘!”

정호를 좋아하는 제인은 처음 보는 소현을 따라 나와 손목에 클럽 입장 도장을 찍어줍니다. 도장의 문구는 ‘UNHAPPY'. 도장 덕에 클럽에 들어간 소현은 제인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노래를 하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제인.

"저는 처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제가 처음 배운 말은 거짓말이었대요. (중략)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 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이 이야기로부터, 소현의 편지가 시작됩니다.


 

2부: 병욱팸


소현과 모텔에서 지내던 정호는 어느 밤 소현이 자는 틈을 타 ‘도둑’처럼 소현을 버리고 도망갑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소현은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서’ 가출팸을 찾고, 마침내 ‘병욱’이 아빠 역을 맡고 있는 ‘병욱팸’에 들어가게 됩니다.

병욱팸에서 소현은 가혹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팸 구성원들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합니다. 그러던 중 지수가 병욱팸에 합류하게 되고, 소현은 자신을 친동생처럼 대해주는 지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지수와 소현은 너무 이른 이별을 맞습니다. 지수와의 이별 후 다시 혼자가 된 소현.


소현은 다시 뉴월드를 찾아갑니다.


“저는 뉴월드에도 가봤어요. 거기라면 누구라도 있지 않을까. 누구라도 날 데려가주지 않을까. 기대했거든요.”


그러나 제인을 찾지 못 하고, 다시 ‘사람들과 같이 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칩니다. 그러나 소현은 ‘같이 있기 위해’ 한 거짓말들로 인해 끝내 홀로 남고 맙니다.


“방법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


 

3부: 제인팸


소현은 꿈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를 구현해냅니다. 제인이 팸의 ‘엄마’를 맡고, 자신이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던 지수, 대포(박강섭 분), 쫑구(김영우 분)가 더불어 팸을 구성합니다. 제인과 소현은 함께 정호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이건 내 생각인데,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로 쭉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이런 개같이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아무튼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그러나 소현은 또 한 번 ‘같이 있기 위한’ 거짓말을 하고, 결국 제인과도 이별을 맞습니다. 제인과 이별하며 소현의 꿈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2. 주제의식



이 영화를 관통하는 네 개의 단어를 꼽자면 ‘거짓’, ‘소외’, ‘불행’, ‘현실’ 또는 ‘진실’, ‘더불어 사는 삶’, ‘행복’, ‘꿈’이 아닐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짓말을 통해 소외되고, 소외로 인해 불행한 현실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진실이 선사하는 더불어 사는 삶, 그로인한 ‘어쩌다 한 번’의 행복을 꿈꿉니다.


 

거짓으로 인한 소외


왼쪽 새끼발가락이 없는 소현. 불편하진 않느냐는 제인의 물음에 소현은, ‘불편하진 않은데, 왼쪽 새끼발가락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발가락이 있는 것처럼 가려울 때가 있다’고 답합니다. ‘으응.’하며 끄덕이는 제인. 발가락이 없는데 가끔 있는 것처럼 가렵다는 자신의 말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소현에게 제인이 대답합니다.


“아니? 하나도 안 이상한데? 나도 그런 게 있어. 내가 아무리 없다고 해도 사람들 눈에 보이니까 있는 게 되는, 그래서 내가 거짓말한 게 되는 그런 쏘 스페셜한 게 있거든.”


눈에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진실을 직시할수록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 받는 소현과 제인. 소현과 제인은 진실할수록 거짓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숙명적 거짓’은 소현과 제인을 소외시킵니다. 사람들은 ‘진실하지 못한’ 소현, 제인과 함께하지 않습니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소현의 발가락, 제인의 성정체성으로부터, 더 넓게는 등장인물 모두가 처한 모든 환경은 ‘숙명적 거짓’으로 인한 소외의 현장인 듯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사람들과 같이 있기 위해’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소외로 인한 불행


영화에서 소외는 거진 불행으로 이어집니다. 사회로부터의 소외로 인한 불행은 제인의 대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저는 처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제가 처음 배운 말은 거짓말이었어요. (중략) 특히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곁을 떠났어요. 그들 중 몇 명은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 할 거야. 넌 사랑받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그래서 저는 혼자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략)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 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불행으로부터 벗어나 더불어 사는 행복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그 과정에서 스크린은 아픈 이별, 눈물, 체념, 서글픈 눈빛으로 범벅이 됩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얻는 행복


소현이 꿈을 통해 구현해낸 ‘제인팸’은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따뜻하거나 또는 환상적인 조명으로 가득한 소현의 꿈속에서 팸의 구성원들은 마음 놓고 진실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본 다양한 장소와 소품들, 심지어 인물들까지 꿈을 통해 재구성됩니다.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아까울 만큼 예쁘고 무겁습니다.


“이거 봐봐. 케이크가 몇 조각 남았니? 세 조각. 넷 중 하나라도 케익을 포기하게 하면 안 돼. 차라리 셋 다 안 먹고 말아야지, 그치?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우리가 겪는 사회적 차별, 소외, 배제는 어쩌면 우리에게 입혀진 ‘숙명적 거짓’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인의 말처럼 ‘내가 아무리 있다고 해도, 사람들 눈에 안 보이니까 없는 게 되는, 그래서 내가 거짓말 한 게 되는’ 그런 진실 내지는 거짓 말입니다. 우리는 소외와 배제, 사회적 차별로 인해 좌절하고, 슬퍼하며, 불행하다고 느끼곤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불행을 직시하는 한편 행복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더불어 사는 삶’은 그 방법인 동시에 최종적인 목표로서의 ‘행복’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숙명적 거짓’에 대한 올바른 인지와 진실에 대한 무한한 인정은 우리로 하여금 ‘더불어 사는 삶’, ‘행복’을 회복할 수 있게끔 도와줄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얻어낸 ‘어쩌다 한 번’의 행복으로 우리는 삶을 지속하고, 행복의 시공간인 ‘꿈’ 내지는 ‘뉴월드’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 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이곳 뉴월드에서.”


아직 보지 않았다면 반드시, 이미 보았다면 다시 한 번 제인과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같이 뉴월드에 모여 진실한 꿈을 꾸고,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계속 살아갑시다. 숙명적 거짓을 이해하고, 만남이 주는 ‘어쩌다 한 번’의 행복을 사랑하며. 그리고 어쩌다 한 번 행복한 어느 날 또 하나의 뉴월드, 광장에서 만납시다. 




글 | 정민성

이미지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