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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10호_Culture] 렛세이 배 퀴어문화축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 출간 및 우수수상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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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세이 배 퀴어문화축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 『커밍아웃』이 드디어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6명의 수상자와 6명의 렛세이어들의 커밍아웃 경험담 에세이,  그리고 삽화작가 도아 님의 멋진 삽화 12점이 90페이지에 알차게 담겨 있답니다:)

『커밍아웃』은 6월 11일 퀴어문화축제 창작지원팀 부스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우수수상작 소개>


벽장 밖의 손 by 땅콩


  “내가 지금까지 남자친구라고 말했던 애, 사실은 여자친구야.”

어느 날 저녁에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친구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고, 나는 잠시 동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만화라면 머리 주변에 물음표 수십 개가 퐁퐁 솟아난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때 내 표정은 정말 바보 같았을 거다.

  “네 남자친구가 트랜스젠더야?”

  신선한 반응이었는지 내 물음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신이 레즈비언이고 지금까지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이라면서 해준 얘기들은 전부 여자 애인과 있었던 일이라고 다시 설명해주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주변인의 커밍아웃을 경험한 것이다.

우리는 대여섯 명끼리 무리지어 놀았는데, 다른 친구 두 명은 이미 그 친구에게서 얘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내가 처음은 아니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어쨌든 친구가 나를 믿을 만한 상대로 생각했다는 것이 고맙고 뿌듯했다. 그 후 몇 번의 만남 동안 그 친구는 우리 무리의 모두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혔다. 커밍아웃 이후, 다행이도 차별적인 말을 하거나 그 애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친하다.

  어쩌면 이걸로 그 친구 이야기를 행복하게 끝맺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게 끝일 수는 없다. 친구는 앞으로도 친한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할 것이고,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친구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 애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사회를 살아가야 한다. 가까운 예로, 내가 퀴어 문화 축제에 자원 활동을 하러 간다는 말을 했을 때 엄마는 “네가 그런 데를 왜 가? 의식 있는 척하고 싶어?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며 화를 내셨다. 서울대 학생회장 후보의 커밍아웃 뉴스를 읽은 아빠는 “저런 사람들을 차별하지는 않지만 왜 굳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했다. 내가 만약 성소수자였다면 벽장 문고리를 잡고 있다가도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다시 문을 닫아 버렸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난 후에야, 그전까지는 ‘말하기 힘든 비밀을 친구에게 말해준 것’ 정도로 여기고 있던 친구의 커밍아웃이 사실은 그것보다 더 큰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가 광장으로 나오는 것조차 불쾌해하는 사회에서 친구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용감하게 드러냈다.

  나는 대단한 인권운동가도 아니고 퀴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사람이 망설이며 벽장문을 열고 걸어 나올 때, 그 사람이 무지와 혐오 때문에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벽장 밖에서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어둠 속을 걷는 시간 by 렛세이어 자몽


  나의 사랑은 언제나 밤을 걷는다. 간간이 별이 떠오르고, 달이 빛을 발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맨들 거리는 복도를 깔끔하게 미끄러지는 것 같은 때가 있는가 하면, 지독한 가시밭길 일 때도 있다. 자랑스러울 때도. 증오스러울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수시로 변하는 그 길에서 또다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고른 나의 길은 평탄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의 혐오로 뭉그러져있었다. 12살 때 생겨난 성지향성에 관한 의문으로부터 3년이 지난 15살의 어느 한여름밤, 나는 고민 끝에 나를 바이섹슈얼로 정의 내렸다.

나는 커밍아웃에 대한 부담감이 비교적 적었다.

  양성애자였으니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나의 결심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았다.

  내가 커밍아웃을 한 친구들은 모두 좋은 반응들이었다. 기독교인인 친구가 없다는 것도 한몫을 하긴 했지만, 아마도 내가 양성애자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만약 내가 동성애자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여자만을 사랑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너희에게 털어놓았더라면.

  날 그렇게 대할 수 있었을까. 그다음에도 너희와 같이 웃고 떠들 수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 친구들과

  장난스레 껴안으며

  장난스레 애정의 문장들을 건넬 수 있었을까.

  나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나의 고민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는다.

  '연애는 동성이랑 하고. 결혼은 이성이랑 하겠지. 어차피 다들 즐기다가 손 씻고 떠나겠다는 심보잖아. 솔직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비겁해.'

  '바이섹슈얼은 연애는 동생과 하고 결혼은 이성과 한다.' 이 문장은 듣기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흔한 편이었다. 양성애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양성애자를 혐오하는 동성애자. 혐오와 싸우는 사람들의 틈새에서도 혐오는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마침내 만개의 시점에 도달했다. 우리는 잠재적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혐오로 인해 쫓겨난 우리가, 또 다른 혐오에 의해 갈 곳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렛세이 지원서를 쓰던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바이섹슈얼인 내가 레즈비언 에세이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섹슈얼이 그리는 동성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었다. 내가 쓰는 글들이 그저 철없는 어린아이의 동성연애에 대한 판타지로 그려질까 겁이 났다. 내가 말하는 사랑의 단어들은 그저 신대륙을 장식하려는 소모품이 되어, 나는 새로운 연애의 세계를 비집고 탐험하려는 어리숙한 콜럼버스가 되는 것이다.

렛세이어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마냥 기뻐 할 수 만은 없었다.

우리는 대부분 두 가지의 시선으로 비추어진다.

박쥐.

그리고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후자는 동성과 이성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동경심으로,

맛있는 음식이 한가득인 호텔 뷔페를 바라보는 눈빛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혐오에 숨이 막힌다. 발끝부터 천천히, 지독할 정도로 나의 구석구석을 핥아내며 비난한다.

난 16살에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어둑한 밤, 우리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대화를 나눴다.

  '엄마. 나 사실 양성애자야.'

  '양성애자라고?'

  '응.'

  '괜찮아 엄마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만약 내가 동성애자였어도?'

  '응. 당연하지.'

  '동생이 어느 날 남자가 좋다며 데려오면 어떡할래.'

  '어쩔 수 없지. 지 팔자인데 어떡하겠냐. '

  '내가 여자랑 사귀면 어떡할 거야.

  '상관없어. 네가 좋다는데. 밖에 나가서 치킨이나 마저 먹어.'

  난 3년을 고민했는데, 대화는 5분 만에 끝나버렸다. 나는 일어서지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정말로 이게 끝이라니. 어이가 없는 탓에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내가 나오지 않자 엄마는 불을 끄려던 손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이나 취향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수시로 바뀌는걸, 지금은 네가 양성애자여도 나중에는 아닐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지금 완전히 확신해놓지는 마. 예를 들어 결혼 상대 같은 건, 중요한 사항이니까.'

  한마디에 모든 의문이 정리되었다. 결국 나는 또다시 벽에 대고 고백을 한 셈이다. 나의 고민은, 나의 결심은,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먼지가 되어 바스러졌다. 난 허탈한 마음을 숨기고서는 방을 나섰다. 어둠에 잠긴 방을 나섰다. 난 남자 연예인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어떤 타입의 남자가 좋은지에 관해 100분 토론 뺨치는 열기로 수다를 떨었다. 결혼 생활의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은 어이없는 로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나는 웃었다. 엄마는 웃었다. 친구들은 웃었다. 이게 바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나를 혐오하고

  나를 부정한다해도

  나는 살아 갈 것이다.

  순간순간의 분위기를 들이 마시며 뜨거운 숨을 내뱉고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나는 존재한다.

  여기 이렇게,

  오늘도 소소한 나의 세계 속에 잔류하여 있다.


 

<구매방법>

1. 선착순 50권 예약 판매 (6000원) : 행사 당일, 부스 방문수령

행사 전 6월 8일부터 6월 10일 PM 11시 59분까지 책자를 예매할 시, 1000원 할인된 6000원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1) 렛세이 계좌(하나은행,  391-910066-13705)에 6000원 입금

2) 구글 폼 작성 : 입금자명 / 연락처 기입

https://docs.google.com/forms/d/18X1-4JJsPlD2bRP1X4qCRblOq9v9GbCr9mN6pHG3KBA/viewform

3) 퀴어퍼레이드 행사 당일 창작지원팀 부스(부스번호 : B)에서 책자 직접 수령

※ 반드시 먼저 입금하신 후, 구글 폼을 작성해주세요!

2. 퀴어퍼레이드 현장 판매 (7000원)

퀴어문화축제 창작지원팀 부스에서 책자를 7000원에 판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