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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7호] Review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메인파티 <Private Beach> 후기 "그냥 춤, 추세요." by 상추(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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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이섹슈얼이에요." 라는 말로 나를 설명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정체성으로 "쟤 바이래." 라는 말들이 내게 따라오는 것도 싫고, 그렇게 말하고 난 이후에 나에게 꽂혀질 시선이 사실은, 아직 겁나기도 한다. 내 성정체성이 나를 설명하는 가장 큰 틀로 작용하는 것도 싫다. 아직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리되지 못한 복잡한 마음이 섞여 있는데 요지는 그거다. 절 어떤 단어로도 수식하지 마세요. 난 누구의 무엇도 아닌 그냥 나니까.


우연히 기사를 봤다. 올해 퀴어문화축제가 장소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었고, 그 이유는 역시나 ‘방해’하려 하는... 누구들 때문이었다. 항상 그런 것 같다. 퀴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퀴어가 가장 두드러지는 순간은, 퀴어포비아들과 대치하는 구도에서다. 퀴어들은 항상 우리 자체로서 이야기되기보다 그렇게 누군가의 적으로 등장되어지곤 한다. 그게 싫었다. 


그런 내가, 그런 기사를 보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파티팀 자활로 참여하게 되었다. 12시간을 넘겨가며 한 공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파티를 꾸리고 운영하고 미친 듯이 놀다가 일하다가 장렬히 전사하여 뻗었던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느낌은, 즐겁다는 거다. 신난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사람들과 올나잇 미친 듯이 춤추는(물론 일도 했다...) 우리는 정말 정말 즐거웠다. 실성한 듯이 온 몸으로 소리를 지르고 웃으며, 발목이 부러질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며, 마치 내가 얼마나 더 즐길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즐거울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나게 즐거웠다. 


늦은 밤 메르스를 대비해 손소독제와 체온계로 문을 열고 12시 반 큐캔디의 춤으로 시작해서 한시 반, 두시 반, 그리고 세시 반의 앵콜까지 4번의 쇼가 있었다.



파티의 메인인 쇼, 그리고 그 쇼의 메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웨딩 세레머니였다. 드레스를 입고 또는 턱시도를 입고 무대로 올라온 네 명은 드레스X드레스와 턱시도X턱시도의 조합으로 스테이지 아래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격렬한 환호를 받으며 결혼을 했다. 그들이 모두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입힌 거니까. 내 결혼도 아니고 진짜 결혼도 아니었는데 살면서 그렇게 짜릿하게 해방감을 느낀건 처음인 것 같다. 



결론은 "그냥 춤이나 추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랑 원하는 방식으로 춤이나 추시라고. 물론 여전히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동성애는 죄라느니, 사회악이라느니, 고칠 수 있다느니 하는 증명 불가능한 말들이 따라 붙겠지만. 결국 온전히 스스로 즐겁게 사랑할 수 있는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을 거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춤을 춘다. 춤을 추고, 춤을 춘다. 이게 바로 우리가 어둠을 맞이하는 또한 걷어내는 누구의 무엇도 아닌 우리 사랑에 빛을 들이는 방식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우리 손을 잡고,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방식으로, 당신들의 음악에 언제까지고 몸을 맡기길. 과정적으로는 곧 끝날,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원히 새겨질 노래 앞에서 가능한 한 신나게.



글 : 자원활동가 상추

사진 : 파티이벤트팀 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