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선거판의 정치적 제물로 삼지 말라!

2일전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선거판의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가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이 국제적 국가 위상에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 보편적 인권 보장에 대한 의식 부족, 사회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의지의 부족이 어우러져 발전의 가망이 보이지 않는 선거판과 사실관계 확인조차 없이 질문되고 답변되어 기사화가 이루어지는 현 세태에 대하여 입장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행사는 ‘서울광장조례’에 의해 자유로운 시민의 뜻에 따를 뿐, 서울 시장 개인에게 행사 개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부여된 것이 아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허용할 것인지가 주요한 정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여야의 후보들이 서로 정책을 앞다투어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지금의 상황은 서울시장의 역할 자체를 오해하고 오용하고 있다. 우선 기자들은 후보들에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용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런 질문은 기자가 서울광장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민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행사를 마치 시장이 자의적으로 금지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서울광장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가 바뀌게 된 계기가 바로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추모제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사건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광장은 시민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광장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허가하는 폐단을 없애고자 조례 개정 운동이 일어났고, 이에 2010년에 주민발의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서울광장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신고제로 바뀌었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당이든 애당초 행사 개최를 막을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는 것은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모든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둘째,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도부터 꾸준히 개최되어온 서울을 대표할만한 문화축제다. 새삼스레 축제의 개최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축제의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민간에서 주최하는 문화 행사임에도 20년이 넘도록 지속되었고,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성소수자 문화행사라는 점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가까이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에도 그곳의 퀴어문화축제(Pride, 프라이드)가 열릴 때 일국의 총리나 개최 도시의 시장이 참석하거나 축사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 도시의 시장으로서 지지하기는커녕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행사를 두고 도시의 존망이 걸린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부족한 자질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대학로, 홍대, 이태원, 신촌, 종로 그리고 서울광장에서 그동안 개최되었다. 모두 서울 도심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지난 20년간 개최되어 왔음에도 왜 2021년에 갑자기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셋째,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 동성애 축제를 안 볼 권리 등을 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혐오 재생산일 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를 비롯 국민의힘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오신환 그리고 부산시장에 출마의 뜻을 밝힌 이언주까지 모두 축제를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박영선, 우상호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도 딱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의 열거한 예비후보들은 모두 동성애자의 인권은 존중하고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가 사회에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하여 ‘보지 않을 권리’를 언급하며 도심 외곽 등을 말하고 있다. 주술 불일치의 문장을 읽은 후의 답답함을 갖게 하는 말들이다.

안 볼 권리가 대체 무엇인가. 마치 보기 싫은 것을 보도록 강제하는 곳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표현이지만 실제 그 누구도 개인의 시선을 강제로 고정하지 않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보기 싫다면 보지 않으면 되고, 참여하기 싫다면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 침해되지도 강제되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 지켜져야 할 권리를 운운하는 것은 퀴어문화축제 개최 장소 주변에서 서성이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는 것과 동일할 뿐 그 어떤 함의도 갖지 못한다.

동성애자/이성애자와 무관하게 사회 속의 한 개인은 같은 인간이고 시민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온갖 오명을 씌워가며 날뛰는 보수 개신교 기반의 반동성애 혐오 세력의 선동에 넘어가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자신의 눈으로 명확히 확인하라. 축제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는 금태섭 전 의원이 안철수 당 대표에게 한번 참석해보시라고 권유했다. 2015년에도 리퍼트 미 대사가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매우 뜻깊은 행사였고 참석한 것이 영광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영상문화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는 혐오와 편견에 단호히 맞서며 축제를 이어갈 것이며 혐오 세력 및 혐오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세력에도 결코 지지 않고 축제를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