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공식 일정


2020.09.18(금) ~ 09.29(화)

인사말



안녕하세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 모두 무탈한 하루 보내고 계시나요? 코로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을 우리는 살아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위협 못지않게 2020년 대한민국에서의 성소수자들의 삶은 많은 사건들을 목도하고 겪어내며 그 어느 해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2020년 1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 여성임을 커밍아웃한 변희수 하사는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육군본부는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을 결정했습니다.


2020년 2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한 A씨는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 하였습니다. 합격 소식이 보도된 후 학교에는 입학을 반대한다는 항의성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고,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는 혐오표현이 만연했습니다. 결국 A씨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한 두려움과 무서움에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하기 힘들겠다고 밝히며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2020년 5월. 이태원의 성소수자 클럽에서 코로나19에 의한 집단 감염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언론은 연일 코로나19 방역과는 상관없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악의적인 혐오성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4일 동안 1천 건 이상이었습니다.


2020년 8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기념하여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517명의 시민들의 얼굴로 만들어진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다’라는 지하철 광고는 우여곡절 끝에 신촌역에 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시물은 불과 이틀 만에 누군가에 의해 찢겨지고 훼손되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은 긴 시간 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순간 온갖 혐오표현에 시달려야 했으며, 주변의 외면과 배척을 감내할 것을 요구받았고, 국가와 사회는 없는 존재로 남아있기를 강요했습니다. 일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기에는 잃어버릴 것이 너무도 많기에 숨죽여 살아야 할 것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염병의 위기 속에서도, 온라인으로 개최 방식까지 바꿔가며 우리가 축제를 염원하고 축제를 하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는 없는 존재가 아니며, 우리는 일상 속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역사의 변화는 부정당한 자들의 저항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저항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좀 더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져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나라이지만, 혐오로부터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나는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감염병으로 인해 나도 차별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10여 년 넘게 제정되지 않았던 차별금지법은 국회의원 10명이 발의하여 국민의 80프로 이상의 찬성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휘날리던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한국퀴어영화제의 작은 무대에서 울려 퍼졌던 래퍼 슬릭의 진실한 목소리는 대중매체로 그 자리를 확장하여 젠더이분법에 저항하는 아름다운 무대가 텔레비전 화면에 펼쳐졌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년 동안 성소수자가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를 통한 운동으로, 축제라는 이름으로 평등한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올해에도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축제할 것입니다. 성소수자에게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축제할 것입니다. 


“축제하라, 변화를 향해!” 

공식 슬로건


축제하라, 변화를 향해!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축제하라, 변화를 향해!”입니다.


1969년 6월 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게이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출입구를 막고 손님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별이 신분증과 일치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은 체포되었고,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방으로 옮겨져 신분확인을 당했습니다. 스톤월 인은 사회에서 소외된, 환대 받지 못하는 이들이 함께 하는 피난처였습니다. 당시 이런 경찰의 급습은 빈번했고 그날도 그런 습격 중 하나였지만, 6월 28일은 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체포의 위기에 놓였을 때, 당시 노숙인이었던 라틴계 비백인 트랜스 여성 실비아 리베라(Sylvia Rivera)는 유리잔을 거울에 던지고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며 자신의 권리를 외쳤습니다. 루이지애나 출신 레즈비언 스토메 델라베리에(Stormé DeLarverie)와 흑인 트랜스 여성 마샤 존슨(Marsha P. Johnson)도 함께 싸웠습니다. 그날의 항쟁은 새벽 4시까지 계속되었고, 다음날 밤 그 다음날 밤에도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폐허가 되어버린 피난처를 보고 분노한 많은 성소수자들이 벽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회로부터 낙인찍혀 소외된 퀴어들-트랜스젠더, 드랙퀸,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들이 스톤월 항쟁에 앞장섰습니다.


스톤월 항쟁 1년 후인 1970년 6월 28일, 사람들은 이 날을 해방의 날로 기념했고 이때 최초로 행진했던 것이 오늘날의 자긍심 행진인 프라이드 퍼레이드입니다. 스톤월 항쟁은 변화를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에이즈 위기 속 낙인과 차별을 겪으며 두려움이 일상이 되는 삶을 살아야 했던 게이 커뮤니티는 불안하고 어두운 전염병의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성별정정, 수술 여부가 군 복무에 문제 될 것이 없음을 밝히고자 한 변희수 하사의 목소리, 대학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존재를 알린 A씨의 목소리는 스톤월 항쟁이 지금 여기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은 “축제하라, 변화를 향해!”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합니다. 하지만, 스톤월의 아픈 기억을 마주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이 선택한 방식은 분노와 체념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말하고 외치며 자긍심을 드러내자는, 즐겁게 함께 가자는 외침이었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즐겁게 지탱하며 삶을 축제로 만들 때 찾아옵니다.

2020년, 우리는 더욱더 축제해야 합니다. 축제하라, 변화를 향해!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공식 포스터